아렌트의 정치 1장

함께 읽기 2015. 10. 11. 15:4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권정우, 하승우 아렌트의 정치

-1, 수용소와 무슬림-

 

아우슈비츠가 악명 높은 이유는 희생된 이들의 숫자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비인간성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이 수용소에 살았을 때도,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용소: 전체주의 권력이 총체적 지배를 위하여 만든 실험소

 

1. 인간에 대한 완전한 지배는 가능한가?

전체주의는 여타 체제들과는 다른 차이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운동으로의 생명력이다. 근대의 국민국가 체제라는 것은 헌법, 영토, 국민이라는 배타적이고 제한적인 권리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전체주의는 우선 헌법을 무시해버렸다. 법이라는 체제대신 숙청, 테러, 비밀경찰들과 같은 비공식적인 방법들을 이용하였다. 정부 조직이나 관료제도 등도 무시하였다. 영토는 세계정복의 운동으로 밀고 나갔으며 국민은 지속적인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주입으로 확보하였다. 비밀경찰 등은 서로가 누구나 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 놓는다. 이에 아렌트는 전체주의 체제를 실체도 없고, 정해진 모양도 없는 체제라고 불렀다. 체제가 없다는 것은 곧 신속함, 속도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2. 수용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수용소는 가장 인간다운 조건인 인간의 다원성, 개성, 자발성을 철저히 통제하는 장소이다.>

Q.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삶과 죽음과 연관된 존재인데, 삶과 죽음은 기억으로 연결 되어 있다. 생명이 끝이 난다고 해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추모라는 의례를 통하여 망자를 기억할 때 그는 아직 살아있는 존재인 것이다. 전체주의 수용소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조건, 근거, 형식을 완전히 지배하고자 한다. 수용소에 갇혀 이름을 빼앗기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이름이 기억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실험체가 된 수인들은 인간 존엄의 마지막인 자살의 자유조차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수용소는 이렇게 인간을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 극악한 수용소는 그저 지나가는 운동으로 소멸됬을지도 모르는 전체주의를 극단으로 몰아붙이게 되었다.

 

3. 왜 인간은 제 발로 가스실에 들어갔나?

수용소에서 인간은 완전히 벌거벗은 평등, 아무런 욕구도 충족되지 않는 완전한 고립 속에 각각이 실험체로 존재한다. (p.47)

수용소에 갇힌 이들에게 더 이상 명예, 삶의 고귀함 등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간수들도 그들의 그러한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렇게 갇힌 이들 스스로가 쓸모 없게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인간 스스로가 느끼는 쓸모없음과 허무는 전체주의 지배의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무슬림: 복종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엎드려 기도하는 무슬림같다고하여 붙여진 수용소의 은어

            그것이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가만히 엎드려 복종하는 것)


4. 누가 아이히만인가?

아이히만은 히틀러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한다거나 전체주의에 심취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 너 친위대 안할래?”라고 묻는 질문에 그러지 뭐라고 답하고 수용소에 들어가게 된 것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아이히만이 악마이기를 바라였으나 어쩌면 그는 그저 타인과 말하는 능력,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명령만을 이행하는 무능한 인간일 뿐이었다.

 

아우슈비츠가 박물관이 되기에는 이르다고 느껴지는 지금, 우리는 과연 타인과 대화하고 있을까?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있을까?